함께 만드는 세상 - 치유의 접촉
본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와는 생경한 관계로 살던
아들이었습니다
의무감에서 일년에 4번
부산으로 찾아 뵈었지요
음력설, 추석, 그리고 두 분의 생신날
그 이상은 생각해 보지 않았었습니다
굳이 숫자를 지킨 것은 아니었지만
매 번 느껴지는 익숙한 불편함,
나쁜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친밀한 관계도 아닌
아버지와의 불편함이 힘들어서였죠
그러던 어느 추석,
부산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을 읽게 되었고
"포옹" 이라는 단어가
제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었지요
사랑하지만 불편한 아버지께 포옹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고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의 어깨를
포옹했습니다
저보다도 더 겸연쩍어 하시던,
하지만 확연하게 느껴지던
당신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언젠가 사업 차 부산에 갔다가
두 분과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1시간의 짧은 점심 죄송한 마음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생각하다
그냥 다가가서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당신의 볼에 제 볼을 갖다 대었습니다
"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해요 "
그러자 어머니는
당신의 눈을 제 눈에 맞추시고,
제 볼을 손으로 쓰다듬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 고맙다 ...."
아마도 이런 마음이셨을 것 같아요
'고맙다, 와 줘서'
'고맙다, 시간을 내 줘서'
'고맙다, 따뜻하게 대해 줘서'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해 줘서'
백 마디의 말보다
어머니의 그 짧은 한마디가,
그리고 제 뺨을 만지시던
그 부드럽고 따스하던 손길이
영원처럼 제 심장에 각인되었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 계신 어머니,
더 이상 만날 수도
사랑한다 말할 수도 없지만,
어머니의 볼에 제 볼이 닿았던,
제 뺨을 쓰다듬으시던,
그 사랑의 접촉은
지금도 제 마음의 아픈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워주고 계신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많이 보고 싶습니다...
때로는 무언의 몸짓이
마음을 가장 잘 전달한다.
상처받거나 거부당하거나
이용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걱정 밑에,
무수한 핑계와 변명 밑에,
깊고도 단순한 맥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접촉은 둘 다 이해할 수 있어"
- 치유의 접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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