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교회 기적 90분을 혼자 기다리게 만든 사람들…그리고 놀라운 반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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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을 기다리게 만든 사람들…죽어야 사는 주님의 나라
10년 동안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감당한 임원급 직원이 회사를 퇴직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회사 인사팀장은 이미 퇴직한 제게 그녀의 퇴직 송별식사에 참석해 주면 고맙겠다고 간곡한 요청이 있었지요.
평소 그녀를 대단히 아꼈던 저는 흔쾌히 승낙했고 저녁 6시에 늦지 않으려고 일찍 출발해서 5시50분에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아무도 없더군요.
‘ 좀 늦나보다 ‘ 라고 생각하며 기다리는데, 어라..30분이나 약속시간을 지났는데도 아무도 안 오는 겁니다.
인사팀장과 퇴직하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싱가폴 상사 이렇게 4명이 만나는 일정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인사팀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근데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문자를 남겼습니다. 근데 읽지를 않네요. 황당!
유쾌한 퇴직 상황이 아닌지라 당사자 임에도 불구하고 퇴직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기가 좀 그래서 20분을 더 기다렸습니다. 답신 전화도 문자 회신도 없이 50분이 흘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이젠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오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부탁을 해서 나온건데 50분 동안 문자도 전화도 없이 아무도 안 나타나니 이런 어이없고 화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퇴직하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은 그녀는 식사 시간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자신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 채 사무실 자신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인사팀장과 싱가폴 상사는 미팅 룸에서 2시간 째 미팅 중이라고요. 그리고 자신이 직접 가서 제가 혼자 1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독촉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5분 후 전화가 다시 왔는데 그들이 여전히 미팅을 하고 있는데 제게 문자로 뭔가가 왔는지 묻더군요. 하지만 약속시간이 이미 60분이나 지난 7시인데 여전히 문자도 전화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 모두 차가 없어서 퇴직하는 그녀는 이들을 태우고 와야 하기에 자신도 혼자 나올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바쁘고 긴박한 미팅이어서, 늦어서 미안하다는 전화 한 통, 문자 메시지 하나 보낼 수 없다는 말인가?’
7시10분에 인사팀장이 결국 전화를 했더군요. 저에게 늦는다는 전화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그 싱가폴 사람이 듣는 척도 하지 않고 계속 이야기 하는 통에 전화도 문자도 못했다고요. “ 정말 죄송해요 “ 라고 말하는데
어이도 없고 화도 나고…
’이거 그냥 집에 가버릴까’ 그러면 퇴직 송별회인데 퇴직하는 그녀의 입장은 또 뭐가 될 것인가’ 라는 복잡한 생각에 어지러웠습니다.
이들이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기다리는 동안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안하다며 너스레를 떨고 이 싱가폴 여성이 식당에 들어올 것인데 어떤 표정으로 맞을 것인가’
‘식사 내내 마음이 엉망일 텐데 내가 표정관리 말투관리를 잘 하며 무사히 이 고통스러운 저녁을 마칠 수 있을까’
기도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더군요.
“ 주님, 오랫동안 제가 복음을 전해온 그녀가, 퇴직하는 식사자리에서 만큼이라도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 제가 오늘 저녁에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그들은 결국 7시30분이 되어서야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무려90분이 늦었고 저는 100분을 기다린거죠.
예상했던 대로 온갖 너스레를 떨며 싱가폴 부사장이 식당에 들어왔습니다. 미안하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자신이 했다 등. 하나님의 은혜로 제가 인상을 쓰거나 퉁명스러운 말투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 괜찮다 “ 는 말을 할 수는 없었고 또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저녁 식사가 끝나고 마무리 메시지를 나누는 중에 이 싱가폴 여성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제게. 제가 은퇴 후 뭘 하는지 묻더니 사람들을 조심하라는 겁니다. 당신 같이 착한 사람들 노리고 이용하거나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많으니 조심하라고요.
‘ 이 사람이 지금 느닷없이 뭔 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90분이나 이 어이없는 상황을 기다리고도 화를 안내는 착한 사람(?)이니 조심하라는 건가? 지금 당신이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할 처지가 맞나? ‘ 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는데
술에 좀 취한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배다른 언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서로 알고 지내온 지난 16년 동안 자신의 아픈 이야기라고는 단 한 마디도 안 하던 그녀가 말이지요.
그 언니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며 눈 한 쪽을 어릴 때 실명한 사람인데 너무 착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늘 이용을 당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화가 난다고요. 그녀는 크리스천인데 이용을 당하고 나쁜 상황을 겪어도 속상해 하고 걱정하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한대요. “ 동생아, 난 괜찮아. 하나님이 날 언제나 지켜주고 계시고 언제나 나를 지킬 방법을 공급하셔.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 그러면 자신은 이렇게 화를 낸다고 했습니다. “ 언니! 언니를 지켜주는 존재는 언니가 믿는 하나님이 아니라 나야. 내가 언니 문제를 다 해결해 주잖아! “
그때 하나님께서는 제게 이렇게 답하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그 말을 그녀에게 전했습니다.
“ 당신의 말도 당신 언니의 말도 다 맞는 것 같네요. 당신은 언니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고,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언니를 지키기 위해 당신을 언니의 곁에 두셨으니 말이지요 “
그녀는 저의 말을 듣고 짧은 시간 침묵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하나님께서 그녀의 마음을 만지고 계심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바로 그 때, 저는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제가 당한 이 90분 간의 모욕이 왜 제게 일어나야만 했었는지요.
그 일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런 상황을 제가 하나님의 은혜로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식당
을 떠났거나, 식사 내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었다면 싱가폴 그녀는 자신의 언니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않
았을 것이고, 언니를 통해 싱가폴 그녀를 복음으로 인도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을 제가 절대로 알 수 없었을 테
니까요. 아니 외려 방해가 되었을 테니까요.
그 식사자리에는 또 다른 의미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크리스천 인사팀장이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제가 지난 10년 동안 복음을 전하려 애를 써온 퇴직하는 그녀입니다. 황당하고 소화하기 힘든 순간이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잘 극복하게 하심으로 크리스천의 바람직한 모습을 인사팀장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고,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퇴직하는 그녀에게도 복잡하고 어려운 마음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다루시는지를 보여 주는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추신)
이후 1달이 지나 퇴직한 그녀는 제가 출석하는 교회 예배에 처음으로 출석하였습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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