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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곳으로 흐르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시간표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논리적으로 보려는 시선을 내려 놓으면 놓을수록
세상이 제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 것입니다.
저는 인생의 대부분을 불처럼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요히 흐르지 못하고
마음이 늘 요란하고 시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오십의 중반을 넘어서던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도 굽이를 돌면 요란해지고,
돌을 만나면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지난 56년간 저의 내면에서 들렸던 소리가
불이 타며 내는 소리가 아니라
물이 굽이 치면서 내는 소리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비로소 진짜 저의 모습을 바라볼 용기가 생겼습니다.
언젠가 ‘역시 불인가?’ 라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그게 또 그렇다면 그런 줄 알고 받아 들여야겠지?’ 라고 말하는 지금의 저는
정말 물인지도 모릅니다.
바울
2018년 9월 26일 오후 1시 10분에